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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 시인 첫 시집<어떤 모퉁이를 돌다>
한비출판사 2009.11.06    

김혜정 시인의<어떤 모퉁이를 돌다>는 시인의 정화된 마음으로 구원의 대상이 되는 우리 삶의 "님"을 향하여 진솔한 고백을 하고 있다. 시인이 갈구하는 "님"이 무엇인지 그 대상을 시인이 직시하지 않지만, 김혜정 시인의 시편을 대하면 우리의 삶 속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사랑, 희망, 꿈 등 총괄적인 대상으로 화합과 순응의 손길을 내미는 시인의 손길이 진지하고 아름답다. 시인이 흠모하는 대상은 기실 우리가 만들고 가꾸어 가는 자신의 삶일지도 모르다. 김혜정 시인의 그리움은 우리 모두가 가지는 그리움으로 꽃과 별, 구름과 바람, 푸른 바다와 흰 구름 등으로 시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아름다운 풍경 속에 하나가 된 나를 발견하게 된다. 김혜정 시인의 첫 시집 <어떤 모퉁이를 돌다>는 시와 그림이 어우러진 시화집으로 수려한 솨 아름다운 그림이 시를 감상하고 이해하는데 더욱 큰 즐거움과 기쁨을 가져다 준다.

 

 

 

제목 : 어떤 모퉁이를 돌다

작가 : 김혜정

판형 :국16절

면수 : 160

출판사 : 한비 출판사

값 : 15,000 

 

 <작가 소개>

 

 아호/銀淨 필명/김혜정
경상남도 사천 출생
대한문학세계 시 부분 신인상

월간 한비문학 작품상 수상

대한문인협회 이달의 시인 선정
창작문학 향토문학상 수상, 예술인상 수상, 올해의 시인상 수상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정회원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서울지회 부회장(현)
월간 한비문학회 편집위원 
시인과사색동인 <공저> 현대특선시인선(2005년)
시인과 사색(5~6집) 
 

 

 

 

 

 

책을 펴내면서

"어떤 모퉁이를 돌다." 첫 시집을 펴내면서
가만히 지나온 내 삶의 뒤안길을 돌아본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이 없었던
사람은 아마도 없었으리라

이유없다지만, 이유 있는
마음에서 지친 삶들이 사방으로 부서져 내리던 날
한 가닥 여린 희망처럼 솟구쳐 오르던
어설픈 언어들을 붙잡고 가슴으로 불렀던
내 마음의 노래, 내 마음의 풍경인 첫 시집을
오랜 산고 끝에 첫아이를 안았을 때의 소중함과 기쁨으로 엮어
세상 밖으로 내 놓으면서
세상 어딘가에 나와 닮은 삶을 살고 사랑을 담고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부를 수 있는
마음의 노래가 되었으면 한다.

가을의 끝자락을 노래하는 10월의 깊은 날
가슴 시리도록 사랑하는 이 가을
너무 아름다워 눈이 부신 가을날의 멋들어진
풍경 속에 담겨오는 풍요로운 결실의 따뜻함처럼
"어떤 모퉁이를 돌다." 이 시집을 읽는 이의 가슴에도
따스함과 훈훈함의 사랑이 사붓이 내리기를 염원해 보며
내 앞에 다가선 중년의 세월을 또 한 번 멋지게 살아갈 것이다.

 

 

<작품 해설>

 

순수함과 그리움의 시적 자의식

               

                    - 김혜정의 시 세계

 



          허형만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장. 목포대 교수)

 

 




1.



의식은 거대한 존재의 풍경을 내다보는 창이며, 외부 세계로부터 들어오는 진동과 손의 감촉 그리고 별빛을 받아들이는 안테나와 같다. 존 홀 휠록의 말이다. 그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볼 때마다 의식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특히 시를 쓰는 시인에게 있어서 더욱 그렇다. 내가 김혜정 시인의 시를 읽으며, 아니 내 의식 속으로 받아들이며 다시금 이 의식의 문제를 생각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김혜정 시인의 시를 지난여름에 받고 몇 차례 읽으며 내 안에서 농익기를 기다렸다.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시를 보내놓고 소식이 없으니 본인은 또 얼마나 기다림에 지쳐 있을까를 생각하기도 했다. 마침내 김혜정 시인의 시적 자의식이 내 가슴을 쿵쿵 쳤을 때, 존 홀 휠록은 나에게 이렇게 일렀다. 인간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잠재력에 대한 신념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여기에서 나는 ‘인간’을 ‘시인’으로 바꾼다. 그리고 다시 ‘시인’을 ‘김혜정’으로 바꾼다. 그랬더니 김혜정 시인은 다음과 같이 자신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커다란 지구 안 한 귀퉁이에 비눗방울 같은

미세한 동그라미 하나 그려두고

엮어가는 마흔한 살에

아직은 어설픈 한 여자의 삶

 



지나온 흔적 뒤돌아 볼

여유조차 부려볼 수 없었던

내 지난 시간

 



먼 미지의 세계를 향해 달려가는 세월

행여 놓칠세라 앞만 보고 내달렸던

내 마흔한 살의 진홍곡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이 형태 속에서도

이루고 싶었던 꿈 하나 있었기에

지치지 않을 수 있었고

 



어렵고 힘들었던 삶의 과정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늘 내 안에 꿈틀거림으로 품고 있던 소망

 



언제인가는 꼭 꿈으로 이룰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지금도 마흔한 살의

이 여자가 엮어가는 삶 속에

뚜렷한 이유 하나 부여해 봅니다.

 



-「이 여자가 사는 이유」 전문

 




시인이 자신이 살아왔던 한 삶을 이토록 진솔하게 드러내 보일 수도 있구나 싶게 순수한 시다. 로만 야콥슨이 말한 적이 있다. 진리니 참된 세계니 무어니 하면서 시나 예술에서 자기 과거와의 관계를 파기하려는 시인은 믿지 말아야 한다고. 나아가 진실이니 본질적이니, 하는 미명으로 시인을 비난하는 비평가도 믿지 말아야 한다고. 우리가 로만 야콥슨의 말에 긍정한다면, 김혜정 시인이 사는 이유를 측은지심으로 바라보았다가는 큰 낭패. 왜냐하면, 시인이 사는 이유의 핵심이 추상적이긴 하지만 “꿈”과 “소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자기 과거와의 관계를 파기하지 않으려는, 즉 “지나온 흔적 뒤돌아 볼/ 여유조차 부려볼 수 ” 없고, “어렵고 힘들었던 삶의 과정”까지도 숨기지 않는 시인의 과거가 사실 전혀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은 아마 시를 쓰기 때문이 아닐까 마흔한 살살 당시 품었던 “언제인가는 꼭 꿈으로 이룰 수 있을 거라는” 그 믿음이 이제는 시인으로서 그 꿈을 이루어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인은 말한다. “이 여자가 엮어가는 삶 속에/ 뚜렷한 이유 하나 부여해” 본다고. “뚜렷한 이유 하나”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 중략===

 





2.



김혜정 시인에게 있어 기원이나 염원 또는 서원의 대상이 신성성을 지닌 그 어떤 분, 구체적으로 부처님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앞에서 살펴보았다. 그렇다고 시인의 자의식 속에 자리한 그 대상이 한사코 부처님과 같은 신성한 존재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김혜정 시인의 시적 자의식을 관통하고 있는 ‘그리움’의 세계나 대상이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사람이 그리운 날에는

왜 그토록 별은 더 맑고도

광휘로운 빛으로 푸른지.

 



하루 동안의 그리움을

고스란히 어둠 속에 토해내듯

명명한 별빛의 모습은

아름답고도 또 슬픈지.

 



단 하루의 생명을 가진 태양이

온 세상을 따스한 사랑으로

감싸 안은 깊은 포옹을 풀 때쯤

 



태양이 석양을 불러 핏빛으로

스러져 묻히면 홀연히 별이 되어

떠오르는 사랑이라는 빛

이별을 슬퍼하듯 스스로 빛을 내며

어둠 속을 타오른다.

 



영혼으로 맺어

무한허공에 떠도는 별빛들의 사랑

 



슬픔이 푸른 빛을 띠며 보석처럼

아름다운 눈물 한 방울 떨굴 때

온전히 하나 된 사랑으로

명징한 별빛처럼 그대를 품으리라.

 



사람이 그리운 날에는.

 



- 「사람이 그리운 날에는」 전문

 



이 시에서 “그대”는 곧 “사람”의 다른 이름이다. 시인은 “사람이 그리운 날에는/ 왜 그토록 별은 더 맑고도/ 광휘로운 빛으로 푸른지” 감탄한다. 그러기에 시인은 “온전히 하나 된 사랑으로/ 명징한 별빛처럼 그대를 품으리라”고 다짐한다. 그러면 왜 그리운 사람이 별빛으로 치환되고 있는가. 이 시에서는 별빛이 “아름답고도 슬픈 모습”이기 때문이며, “떠오르는 사랑의 빛”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실 시인들이 흠모하는 시적 대상 중에 별만한 소재가 어디 또 있을까. 그 이유는 아마도 어둠 속에서 빛난다는 점에서 별이 정신을 상징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의 상징성은 매우 다양하다는 점에서 김혜정 시인 또한 “별”과 “사람”을 동일화한 자의식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 동일성이 곧 그리움의 대상으로 승화되고 있는지 모른다.

또 하나, 그리움의 대상으로서의 “사람”이 “별빛”으로 시인의 가슴을 아리게 하는 데에는 “영혼으로 맺어/ 무한허공에 떠도는 별빛들의 사랑”에서 보듯 바로 “사랑이라는 빛”이 있어서이다. 우리는 시인이 별을 노래할 때면 그 우주적 상상력을 떠올린다. 별이 내포하고 있는 상징성이 정신의 순결성이든 순수한 소망과 이상이든 간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하늘의 별과 지상의 사람과의 조응에서 획득되는 존재의 한 표상을 드러내려 한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 더욱이 별의 빛살인 ‘별빛’으로 퍼졌을 때에 더욱 희망이나 소망의 상징성이 깊어진다는 점에서도 이 시가 사람과 별빛을 동일시하는 점을 우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김혜정 시인이 이처럼 별빛과 동일시하는 사람에 대한 소망스러움은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가.

 

===중략===

 





3.



김혜정 시인의 시에는 가식이 없다. 소위 말하는 기교가 없다. 현대시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가면이 기지(wit)라고 해도 김혜정 시인은 흔들리지 않는 듯하다. 현학적이고 난해한 시가 쏟아져 나오고 인기몰이에 혈안이 되는 시인이 있다 해도 김혜정 시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 같다. 그만큼 김혜정 시인의 시적 자의식은 순수 그 자체이다. 그 순수성은 그리움의 대상을 찾아 나서면서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 영국 시인 오든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의미는 그 내면 깊숙이 ‘사랑’을 전제로 한다. 이 점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어 보이는 김혜정 시인이 “먼 하늘/ 흰 구름 꽃 나래 위에 사랑을 실어/ 그리움의 날개 활짝 펴고/ 그대 가슴으로 달려가/ 어둠을 밝히는 별이 되 안기리라.”(「그리움에게로」)고 노래하는 것은 어쩜 당연하다. 나는 김혜정 시인을 모른다. 그러니 시인의 과거는 더더욱 모른다. 다만 “지나온 삶의 무게 속에 드리웠던/ 이승의 고달팠던 아픈 편린”(「별빛 영혼으로」)을 마치 고백성사처럼 담담하게 들려주는 시인에게서 내가 발견한 것은 맑고 깨끗한 순수다. 모름지기 시인은 순수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리운 이름 하나/ 별빛처럼 살아 있음을”(「그리운 이름 하나」)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마치는 지금은 어느새 자정을 훌쩍 넘겨 새벽이 가까워지고 있다. “어느 하늘가/ 은하수 따라 흐르는/ 한 점 별빛의 영혼으로 남으리라”(「별빛 영혼으로」)고 서원하는 김혜정 시인이 앞으로 더 좋은 시로 또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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