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집배원 ‘김연수의 문장배달’을 시작하며

서로 친구가 된다는 건 삶의 한 시기를 같이 보낸다는 뜻입니다.
한 시기를 같이 보내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철마다 보기 좋은 풍경을 함께 보는 것,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시시콜콜하게 들려주는 것 등등.
그렇게 하다 보면 친구라는 건 내 삶의 일부를 서로 공유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죠.
살아온 인생이 함께 보낸 친구들로 기억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겠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살아온 인생이 더불어 읽은 문장으로 기억날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그보다 좋은 건 역시 그 문장들을 누군가에게 읽어주는 일이죠.
밤늦은 시간에 전화를 걸어서 방금 읽은 좋은 문장들을 읽어주고,
그게 왜 좋은지 말해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정말 행복한 삶입니다.
그런 기분으로 막 읽은 책들에서 들려주고 싶은 문장들을 꼽았어요.
그럴 때 친구가 하는 행동이 뭔지는 다들 알겠죠. 그냥 장구도 아니고 맞장구.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정말 그래.”

그런 말들이에요. 그런 말들을 많이 들을 수 있다면, 제일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미 친구니까요.

2008년 5월 1일
문학집배원 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