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집배원 ‘은희경의 문장배달’을 시작하며

저는 책을 많이 갖고 있어요. 그 중에는 아끼는 책도 있지만 읽다가 만 책도 있구요,
목차만 본 책도 있고 다음에 보려고 미뤄두었다가 제껴버린 책도 수두룩해요.
그러면서도 믿을 만한 사람들을 만나면 으레 재미있는 책 좀 소개해달라고 말하곤 하지요.
내가 모르고 있던 새로운 삶의 국민(때때로는 진경)을 만난다는 건 늘 설레는 일이니까요.
새로운 문장을 읽지 않으면 저는 감수성과 사유에 경직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그러면 사람이 재미도 없고 볼품도 없어져요. 나 아닌 것에 대해 도통 이해하기가 힘들어지고요.
마치 맛있는 음식과 향기로운 술을 맛보지 못한 채 끼니만 때우는 인생처럼 말이에요.
맛있는 음식과 향기로운 술, 그리고 멋진 문장과 음악. 그것들의 또 하나 공통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바로 나누고 싶어진다는 거죠.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왜 연인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과 책을 선물하겠어요.
저도 지금 그렇게 사랑에 빠진 마음으로 제 책장에 있는 책들을 꺼내 밑줄 친 부분을 옮겨 적고 있답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날 때마다 페이지를 접어두는 바람에 두툼해진 책이 꽤 많거든요.
심장과 뇌를 위한 껌이라고나 할까요. 남의 책장을 구경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저의 배달 문장을 풀어봐 주세요.
일은 하기 싫지만 놀 수는 없는 시간, 휘파람을 불며 책상 위를 정리하면서 말이지요.

2009년 5월 7일
문학집배원 은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