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집배원 ‘안도현의 시배달’을 시작하며

시를 배달하는 집배원으로 임무를 받았기에 인사를 드립니다.
시가 들어 있는 가방의 끈을 어깨에 걸친 제 모습이
영락없이 시골 집배원처럼 보이지요?
자전거를 타고 가가호호 일일이 방문을 해야 하는데
제 자전거가 고장이 났습니다.
자주 타지 않아서 먼지만 부옇게 쌓여 있거든요.
다 게으른 탓입니다.

할 수 없이 전자우편으로 배달하는 점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부지런을 떨기로 했습니다.
적어도 매주 월요일은 한 편의 시를 배달하겠습니다.
제가 찾아갔을 때 서둘러 대문으로 달려 나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계시는 방까지 직접 날라 드리겠습니다.
제가 그동안 읽은 시 중에서 제 마음을 콕콕 찔렀거나
소용돌이치게 했거나, 문득 온몸을 휘감은 시를 정성 들여 골랐습니다.
시가 어렵기만 하다고, 멀게만 느껴진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요?
그건 평소에 시를 잘 읽지 않거나 시에 대한 선입견 때문입니다.
앞으로 1년 동안 배달하게 될 시의 기준은 ‘감동’입니다.
제가 받은 감동이 여러분에게 부디 감염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치유할 수 없는 시의 열병 속에 갇혀 행복해지시기를 기대합니다.

문학집배원 안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