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놓은 창으로 새들이 들어왔다 연인처럼 은밀히 방으로 들어왔다 창틀에서 말라가는 새똥을 치운 적은 있어도 방에서 새가 눈에 띈 건 처음이다 나는 해치지도 방해하지도 않을 터이지만 새들은 먼지를 달구며 불덩이처럼 방 안을 날아다닌다 나는 문 손잡이를 잡고 숨죽이고 서서 저 지옥의 순간에서 단번에 삶으로 솟구칠 비상의 순간을 보고 싶을 뿐이다 새들은 이 벽 저 벽 가서 박으며 존재를 돋보이게 하던 날개를 함부로 꺾으며 퍼덕거린다 마치 내가 관 뚜껑을 손에 들고 닫으려는 것처럼! 살려는 욕망으로만 날갯짓을 한다면 새들은 절대로 출구를 찾지 못하리라 한 번쯤은 죽음도 생각한다면……
● 출처 :『따뜻한 흙』, 문학과지성사, 2003.
● 詩 - 조은 : 1960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 시집 『사랑의 위력으로』 『무덤을 맴도는 이유』 『따뜻한 흙』 등이 있음.
● 낭송 - 이영주 : 시인.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0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 『108번째 사내』가 있음.
마음이라는 비좁은 방에 갑자기 어떤 생각이 새들처럼 날아 들어와 고통스럽게 파닥거리는 때가 있지요. 출구를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부딪치며 생각의 날개가 꺾이고 부서질 때, 마음은 그야말로 불덩이 같습니다. 그런데 그 불덩이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칠수록 더욱 갇히게 된다는 걸 여러분도 경험하셨을 거예요. 이런 때 수행자들은 생각을 제거하려고도 하지 말고, 제거하지 않으려고도 하지 말라고 권유하지요. 마음 속의 새가 날개를 가라앉히고 마침내 출구를 발견하게 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죠. 시인은 그 얘길 “한 번쯤은 죽음을 생각”하라는 말로 바꾸어 말합니다. 목숨을 떼어놓고 보면 존재의 자리가 훨씬 잘 보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