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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집배원(시배달) 좌담 내용(2010. 8. 2)
  • 관리자 l  2010.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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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집배원(시배달) 좌담 정리




    진행 : 김태형(시인, 문학집배원 프로듀서)
    좌담

    김기택(시인, 문학집배원)

    이영주(시인)

    최창국(작곡가)

    민경(플래시 애니메이터)

    김수경(문학집배원 독자)

     



    어느 날 아침, 이메일을 열었더니, 거기서 보고 싶은 사람이 불쑥 얼굴을 내민다. 아이콘을 클릭하자마자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갔다. 이메일에 실려서 사람이, 그 사람과 함께 한 시간이, 추억이, 지나버린 인생이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쁨, 분노, 사랑, 즐거움…… 희노애락의 삶이 지금 당신의 메일함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느낌이 어떤가. 만일 아무 감정도 생기지 않았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눈부신 순간의 느낌, 이메일을 통해 그것을 전해주는 일이,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문학집배원의 사명이자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네 명의 시인과 세 명의 소설가가 집배원으로 다녀갔다. 현재 시 배달을 맡고 계신 시인 김기택 선생님과 문장배달을 맡아주고 계신 소설가 이혜경 선생님. 이 두 분을 모시고 2회에 걸쳐 그동안 쌓여있던 이야기보따리를 하나씩 풀어볼까 한다. 먼저 '시 배달'에 관해서 얘기 나눠 보도록 하겠다. 



       
    진행 : 그간 시 배달 집배원으로서 활동했는데 김기택 시인께도 색다른 경험이 되었을 듯하다. 어떠했는가?
     
    김기택 : 시를 쓰며 혼자 쓰고 즐기는 것에만 익숙했는데 시 배달을 시작하면서 생활이 많이 달라졌다. 독자들을 위해 시를 고르고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낭송자와 배경음악 선정, 독자의 반응을 기다리는 과정, 모두가 또 다른 생활의 즐거움이었다.   
     
    진행 : 재밌는 일화가 많았을 법하다. 어떤 일들이 있었는가?
     
    김기택 : 시인이라는 직업에 집배원이라는 경력이 하나 더 추가돼 신선했다. 나를 시인 김기택이 아닌 집배원 김기택으로 기억하고 있는 분들이 많았다. 또한 이전에는 사람들을 만나면 주로 내가 쓴 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최근에는 문학집배원으로 부터 배달된 시에 관해 이야기를 듣는다. 아무개 시인의 어떤 시가 좋다고 하면 덩달아 내가 칭찬을 받은 양 기분이 좋아진다. 
     
    진행 : 독자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시를 선정할 때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고려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기택 :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시, 가급적이면 다소 어렵더라도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시를 고르려고 노력한다. 
     
    진행 : 문학집배원에서 소개되는 시들이 요즘 젊은 시인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경향의 시와는 많이 다를 것 같다. 젊은 시인 중의 한 사람으로서 소개되었으면 하는 시는 무엇인가?
     
    이영주 : 더 재밌는 시, 발랄한 시가 많이 소개됐으면 좋겠다.
     
    진행 : 대중들에게는 쉽게 전달되는 시가 널리 알려진다. 그러나 현재 한국문단에서는 젊은 시인들의 실험적인 시, 언어의 규칙을 파괴하는 시가 많이 창작되고 있다. 이런 시를 소개할 때 어떤 기준을 갖고 선정하는지 궁금하다.
     
    김기택 :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 독자들을 자극해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시라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공감을 주는 시, 신선한 자극과 즐거움을 주는 시를 선택한다.
     
    진행 : 시의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음악 선정 또한 매우 중요하다. 작곡도 시를 창작하는 일과 마찬가지로 창작의 고통이 뒤따를 것이다.  작곡과 시는 어떻게 다를까? 또 무엇이 같다고 생각하는가?
     
    작곡가 : 고통스럽게 접근하는 것과 창작의 과정으로 받아들여 즐겁게 접근했을 때는 결과는 많이 달라진다. 문학집배원에 사용된 음악들은 문득문득 영감이 떠올라 만든 곡들이 많다. 자연스럽고 기쁘게 작업했다.


    진행 : 창작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았을 때 더 아름다운 곡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시와 음악의 만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기택 : 시는 활자로 읽고 생각의 과정을 거쳐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음악은 즉시 느낌으로 전해져 온다. 시를 눈으로 읽는 것에만 익숙해오다 낭송 목소리와 음악 같은 소리를 곁들여 읽으니, 깊은 파장과 리듬이 느껴졌다. 시가 사물처럼 만져지는 느낌이었다. 혼자 읽을 때와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반면 번역돼 있지 않은 외국시를 보면 전혀 감흥이 없다. 그러나 이 또한 육성과 음악을 통해 경험하면 전혀 알지 못했던 음, 박자 같은 것을 접하게 된다. 문학집배원을 통해 음악과 낭독을 함께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진행 : 이영주 시인은 무척 다채롭고 스펙트럼이 넓은 시세계를 갖고 있다. 시의 다양성 만큼이나 개성 있는 음악을 즐길 것 같다. 주로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가?
     
    이영주 :  음악에 관해서는 많은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듣는 편이다. 작업을 할 때마다 음악의 색깔도 달라진다. 밤에는 포티쉐드, 제니스 조플린 같은 비교적 음색이 강한 여성보컬의 음악을 듣고, 시를 쓸 때는 클래식, 모노 같은 일본 밴드의 장중한 음악을 듣는다. 평소에는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하게 들으려고 노력한다. 음악에 조예가 있는 마니아들처럼 보컬과 드럼의 이름, 혹은 밴드의 역사 같은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른다. 영감을 얻기 위해 최대한 다양한 음악을 듣는다.
     
    진행 : 시 창작에 음악의 도움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가?
     
    이영주 : 음악에 따라 정서가 많이 좌우된다.  음악적 감성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시에 진입하는 상태가 현격히 다르다. 음악은 시를 쓸 때 초반의 감정을 잡아주는 데 도움을 많이 준다.
     
    진행 : 현대시는 리듬을 잃어버린 지 오래됐다. 우리는 시의 음악성이 사라진 시대를 살고 있다. 따라서 문학집배원에서는 멀티미디어로 시를 전달하려는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김기택 시인은 몸에 관한 시를 오랫동안 써왔는데 몸이라는 감각의 집결지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자못 클 것 같다. 음악이 시작에 영향을 준 바는 없었는가?
     
    김기택 : 직접적으로 음악에 영감을 받아 쓴 시는 거의 없다. 그러나 내 작품에서 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복잡한 거리의 소음, 사람들의 말소리, 병아리 울음, 때로는 익숙한 소음 그 자체가 음악으로 들리기도 한다. 좋은 소리든 나쁜 소리든 내 몸에 소리가 흡수됐을 때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가, 소리의 처리에 관심이 많다. 아무래도 나는 잡다하고 다양한 소리에 대해 관심이 많아 시를 통해 느껴지는 정서가 정격의 리듬보다는 불협화음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작곡가 : 음악 또한 시의 언어들처럼 다양한 감정들을 보여줄 수 있다. 분위기를 통해 보여주기도 하고 음가의 길고 짧음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언어들을 표현하기도 한다.
     
    진행 : 음악을 듣고 있으면 조용한 냇가에 앉아 뭔가 생각에 잠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우리 문학집배원에는 하나가 더 있는데 바로 그림이다. 이미지는 문학작품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시를 이미지화하는 것은 남다른 상상력이 필요한 작업일 텐데 작업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가?
     
    플래시 애니메이터 : 시도 이미지적인 글이라고 생각한다. 내용에 따라 작가에 따라 구체적인 이미지도 있고 추상적인 이미지도 있다. 이때는 시인의 의도를 떠올려보려고 노력한다. 시인에 대해 찾아보고, 시에 대해 언급돼 있는 자료들을 찾아본다.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글들을 다 이해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해석을 내린다. 이미지화가 안 될 때는 있는 그대로의 시어와 표현을 이미지로 만들기도 한다. 역시 나는 이미지를 창조하는 사람이어서 구체적인 착상이 떠오르는 시를 만날 때 가장 기쁘다.
     
    진행 : 시의 이미지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시를 해석하는 작업보다 어려울 것 같다. 그간 만든 작품 중에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으면 하나 소개해 달라.
     
    플래시 애니메이터 : 문인수 시인의 「굿모닝」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부부간의 정서가 표현된 시였는데 나또한 기혼자로서 매우 교감이 있었던 시였다. 내용 중에 남편이 아내에게 "굿모닝!" 하는 부분이 있다. 늘 같은 대화, 비슷한 말만 하고 살아오다 그런 표현 방식을 보니 신선했다. 지나가다 만나는 꽃에게도 굿모닝, 여행지의 사진에게도 굿모닝…… 이미지가 잘 떠올라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던 시로 기억한다.
     
    진행 :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내용의 이미지를 시에서 추출해 구현해내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플래시 애니메이터 : 그 부분이 가장 어렵다. 대표적인 상징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떠오르는 이미지인데 시는 시어의 의미가 갖는 상징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한 단어가 품고 있는 감정, 단어의 뉘앙스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도 있다. 그런데 이때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자니 너무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이 되어서 애초에 시인이 갖고 있던 의도와 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진행 : 시와 음악과 그림. 이 세 가지 작업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면 프로듀싱을 담당하고 있는 나도 무척 보람 있고 기쁘다. 감동의 열쇠는 공감과 소통에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시인이자 문학집배원의 수신인으로서 느끼는 이영주 시인의 생각이 궁금하다.











     

    이영주 : 시집과 다르게 문학집배원 '시 배달' 안에는 각 편마다 목소리와 이미지, 시인의 해설이 담겨 있어 입체적인 감동을 준다. 매일 시를 읽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어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시를 많이 읽는 사회는 진심이 통할 수 있는 사회라고 믿는다. 그러고 보면, '시 배달'이 갖고 있는 가치와 의미는 상당하다. 수동적으로 찾아올 독자만을 기다리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시가 독자라는 대상에게 적극적으로 달려가는 방식 자체가 소중하게 여겨진다. 또한 플래시로 제작된 이미지가 시와 함께 전해져 오므로 보다 입체감이 느껴진다. 보다 다양하게 시가 인식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그러나 활자화된 시는 시언어를 통해 이면의 세계를 상상케 하는 측면도 있는데, 문학집배원의 '시 배달'은 구체화된 이미지로 인해 상상력을 제한시키는 측면도 없잖아있다. 시각적인 메시지를 함께 전달해야 하는 특수한 경우이므로 어쩔 수 없는 한계일 수도 있겠다. 
     
    진행 : 그렇다. 시의 내용을 겉으로 보이는 그대로 형상화하는 경향이 많다. 사실 시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감춰둔 이면의 것을 말하기 위한 의도가 더 강한데 이미지가 전면에 부각되면 숨겨진 의미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이에 대해 시인의 생각은 어떠한가?
     
    김기택 : 시를 활자로 읽을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의 속도감과 그래픽으로 구현된  이미지의 속도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미지가 느리거나 정적이고 또 단순한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이미지가 시를 감상하는 데 있어 방해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에게 애초에 내가 느낀 이미지와 같은 것을 바랄 수는 없다. 독자들이 시의 원문과 플래시를 비교해 보며 다양하게 자기 방식을 찾아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진행 : 독자로서 문학집배원을 최초로 접하게 된 계기는?
     
    독자 : 평소 시에 관심이 많았는데 친구가 트위터를 통해 문학집배원의 인터넷 주소를 보내 주어서 알게 되었다.
     
    진행 : 미디어를 통해 문학을 접한 경우인데 종이와 멀티미디어의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독자 : 미디어는 아무 때나 보고 싶을 때 쉽게 열어볼 수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 매주 공짜로 시를 받아볼 수 있어서 기뻤다. 유명작가 뿐 아니라 완성도 높은 신진작가의 시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더 좋았다. 
     
    진행 : 월요일 아침마다 얼굴을 모르는 익명의 독자에게 시를 배달하고 있다. 집배원으로서의 보람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기택 : 보통 독자들이 시를 즐기는 범위는 그닥 넓지 않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소개된 유명시로 한정돼 있다. 하지만 교과서 밖에도 훌륭한 시를 쓴 시인, 주옥같은 작품은 얼마든지 있다. 이런 숨어있는 작품들을 찾아내 독자의 감각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 보람이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양한 시 세계를 경험한 독자가 시도 이렇게 재밌는 거구나 하고 감탄할 때, 시에 대한 고정된 인식이 바뀔 때 보람을 찾는다.
     
    진행 : 이영주 시인이 만일 '시 배달' 일일집배원을 한다면 어떤 시를 소개하고 싶은가?
     
    이영주 : 외국시를 한편 가져왔다. 네루다, 옥타비오 파스와 함께 남미의 삼대시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바예호이다.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라는 시집에 있는 시로 제목은 '같은 이야기'이다. 
     




     

     

     

    같은 이야기

     



      세사르 바예호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내가 살아 있고, 내가 나쁘다는 걸
    모두들 압니다. 그렇지만
    그 시작이나 끝은 모르지요.
    어쨌든,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나의 형이상학적
    공기 속에는 빈 공간이 있습니다.
    아무도 이 공기를 마셔서는 안 됩니다.
    불꽃으로 말했던
    침묵이 갇힌 곳.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형제여, 들어보세요, 잘 들어봐요.
    좋습니다. 1월을 두고
    12월만 가져가면
    안 됩니다.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다니까요.

    모두들 압니다. 내가 살아 있음을,
    내가 먹고 있음을…… 그러나,
    캄캄한 관에서 나오는 無味한
    나의 시 속에서
    사막의 불가사의인 스핑크스를 휘감는
    해묵은 바람이 왜 우는지를
    아무도 모릅니다.

    모두들 아는데…… 그러나 빛이
    폐병 환자라는 건 모릅니다
    어둠이 통통하다는 것도…………
    신비의 세계가 그들의 종착점이라는 것도………
    그 신비의 세계는 구성지게
    노래하는 곱사등이고, 정오가 죽음의 경계선을
    지나가는 걸 멀리서도 알려준다는 것을 모릅니다.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아주 아픈 날.

     

     

     

     



    진행 : 이 시를 소개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이영주 : 시집을 읽다 우연히 발견한 시다. 시라는 게 어떤 거대한 의미, 숨겨진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 상태 그대로 다가오는 시가 있다. 내가 아플 때 이 시를 읽었는데 많은 위로가 되었다. 심한 감기를 앓고 있을 때 '신이 아픈 날 태어났다'는 이 구절을 접하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진행 : 문학집배원에서는 시인들이 본인의 시를 직접 낭송하기도 하고 지인의 시를 대신 낭송해주기도 한다. 문학집배원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뒤따른다. 작품이 완성돼서 수만 명의 독자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나면, 그 다음 남은 것은 기다림이다. 댓글은 그런 의미에서 실시간으로 독자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소통의 창구이다. 지금까지 올라온 댓글 중에, 인상적인 댓글 몇 개를 골라 보았다. 
     
    김기택 : 김사인의 <아무도 모른다>에 올라온 댓글이다. 닉네임이 매우 시적이다. '바람동굴'님.
    "느닷없이 구슬치기하던 친구 녀석 얼굴과, 마당에 패여 있던 구멍과, 울타리에 기대어 쌓아놓은 땔나무 다발들과, 어머니께서 웃으시며 내미시던 깜밥덩이가 생각납니다. 옛 추억 속에서 잠시 머물다 갑니다."
     
    김기택 : 이 분은 시를 쓰는 분 같다. 다음은 김경주의 '누군가 창문을 조용히 두드리다 간 밤'에 올라온 댓글이다. 닉네임 '산에들에'님. 
    "이 시를 감상하며 저도 오래 전의 저를 만나러 갑니다. 작은 일이 크게만 느껴지고 큰일은 오히려 사소하게 여겨지던 그때..작은 방안에 누우면 한없이 달팽이처럼 말려만 가버리던, 그리우면서도 서글픈 그 시간을 떠올려봅니다. 지금 그 방안에 누워있을 그 사람의 삶이 행복하길...."
     
    김기택 : 삶의 온기가 느껴진다. 다음은, 장경린의 <퀵서비스>에 올라온 댓글이다. '호박고구마' 님이 올려주신 글이다. 
    "얼마 전까지 남편이 퀵서비스 일을 했는데.... 이 시를 들려줬더니 낭독자의 말투를 흉내내며 "눈이 와서 아무도 못가는 길을 저는 목숨 걸고 갈 수 있습니다!" 하네요. 퀵서비스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정작 그 내용물이 뭔지는 잘 모른다네요? 배달했던 것들이 모두 궁금해진다고 합니다."
     
    김기택 :  삶과 잘 어울리는 댓글이었다. 독자들이 시를 감상하는 수준이 짐작했던 것보다 매우 높다. 특히 본인의 삶이나 경험과 관련된 글이 많아서 진솔한 감동을 주었다.
     
    진행 : 문학집배원이 남다른 점은 무엇보다도 새로운 매체 환경 속에서 독자들을 찾아가는 데 있지 않을까?
     
    김기택 : 이번 기회를 통해 인터넷의 위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실시간으로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문학집배원의 큰 매력이자 장점이었다. 독자들마다 시를 읽는 사람에 따라 삶의 경험, 생각, 기호가 다 다르다. 시를 감상하며 그런 다양한 얘기를 나누니 시가 더 살아나는 느낌이다. 시 한편 한편마다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주는, 내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로 다가와서 보람 있었고 그것이 무엇보다 소중한 경험이었다.
     
    진행 : 이영주 시인은 이미 여러 장르에 걸쳐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희곡을 써서 발표한 것으로 안다. 이런 미디어를 통해 문학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것도 의미가 클 것 같다. 정보화 사회에서 문학이 미디어를 통해 얻거나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창작을 하는 입장에서 달라진 매체 환경에 대한 느낌은 어떠한가?
     
    이영주 : 우리 또래의 세대들은 현재 가장 많은 종류의 미디어를 경험하고 있다. 또한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삶에 반영하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매체가 많이 등장했다. 상호 소통을 하는 적극적인 방식의 소통 매체라 할 수 있다. 특히 트위터와 미투데이는 시인에게 적합한 매체가 될 수 있다. 이런 달라진 미디어 환경이 창작의 형식과 방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아이폰을 통해 실시간 이동 중 소통이 가능해진 이때, 수시로 미디어와 창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진행 :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유명한 말처럼 미디어가 창작 내용을 결정하는 시대가 올 것 같다. 트위터의 140자를 입력할 수 있는 환경에서 맥락을 연결해 의미를 전하려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문장이 간결해진다. 창작의 분량도 이와 함께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어떤 시인의 말처럼 나도 모르게 '극약'과 같은 시를 쓰게 된다. 우리 시인들에게 이러한 새로운 환경은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오는 계기가 된다. 그 상상력이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는 인식으로 전환될 때 달라진 문학의 미디어 환경도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문학집배원도 새로운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상력의 원천이 되었으면 한다.
     
    진행 : 현재 '문학집배원'에 관한 논문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왜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독자 : 학생들은 시를 어려운 장르로만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교과서를 통해 시를 접했던 세대들이다. 참고서나 교과서에 밑줄을 그으며 알게 된 시가 전부인 청소년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접근 방식을 소개하고 싶었다. 또한 시는 어렵고 자기와 상관없는 장르라 여기는 그들에게 시가 주는 즐거움, 공존하는 일상의 문화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이에 대해서 좀더 효과적인 방법에 대한 모색과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한 와중에 문학집배원을 알게 되었고, 그 신선한 자극과 유익함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앞으로 쓰게 될 논문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문학집배원'을 널리 소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기택 : 월요일 아침은 매우 힘든 시간이다. 나도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있다. 그것은 육체적인 피로보다는 반복적인 일상이 주는 무게 때문이다. 그럴 때 담배나 커피가 아닌 문학집배원의 시를 읽으면 도움이 된다. 일상의 충전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서적인 내용과 입체적인 형식을 갖춘 문학집배원이 힘이 되줄 것이다.
     
    진행 : 음악이 시와 잘 어울린다. 잔잔하면서 사색에 잠겨있는 음악세계이다. 앞으로 어떤 음악을 추구하고 작곡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작곡가 :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영상에 접목하거나 문학과 같은 다른 어떤 것을 대변해주는 음악이다. 내 음악을 통해 감동의 효과가 극대화되길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음악을 만들고 추구할 생각이다.
     
    이영주 :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시를 배달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시가 독자를 찾아가 직접 문을 두드린다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 이런 문화가 일반화되면 시 독자도 많아지는 역할을 할 수 있을뿐더러 시를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게 아니라 재밌는 일을 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 문화가 생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월요일 아침에 시가 주는 위로, 그 무한한 가능성을 믿는다.
     



    진행 : 문학의 큰 역할, 바로 인간에 대한 위로라 할 수 있다. 해외에서 편지를 보내오는 분들이 많다. 거기에는 한국어를 전혀 접할 수 없는 상황에서 찾아온 문학집배원에 대한 고마움이 담겨 있다. 아름다운 모국어를 통해 시와 문장을 전달받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떠나온 나라와 고향이 생각나고 자신에 대해 돌아보기도 한다는 내용이다. 문학집배원의 사회적인 역할이 자못 큰 것 같다. 앞으로도 다양한 영역의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는데 아동문학에 접근도 그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문학집배원은 주로 장년층, 청소년 이상의 독자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유년기의 아동이나 청소년을 위해 별도로 동시와 동화, 청소년 문학을 배달하는 것도 남겨진 숙제 중 하나이다. 지금은 여건상 어렵지만 좀더 활성화가 된다면 보다 연령대를 세분화시켜서 청소년과 아동을 찾아가는 활동이 필요할 것이다.
     
    김기택 :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입시제도 하에서 시 읽기가 어렵다. 그런 풍토에서, 시를 즐기고 접할 수 있도록 청소년을 위한 집배원도 필요할 것이다.
     
    플래시 애니메이터 : 학교 다닐 때 시화전에 참가한 기억이 있다. 직접 만든 편지지에 그림을 그려 시를 써서 선물했던 기억도 있다. 개인적으로 시는 그림과 매우 잘 어울리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시어 하나 하나에 한 폭의 그림, 풍부한 감수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내게는 5살짜리 아들이 한 명 있다. 아이가 아이폰으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읽는 것을 보며 엄청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직접 손으로 하는 작업이 사라져가는 지금, 컴퓨터와 기계가 얼마나 손맛을 재현해내느냐가 관건이다. 시화나 편지의 느낌을 최대한 표현하는 느낌의 작업을 하고 싶다. 보는 사람들도 그런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
     
    진행 : 두루 유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문학집배원 '시배달'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해주길 바란다. 다음 주에는 소설가 이혜경 님을 모시고 '문장 배달'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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